요리에세이
씹어보자 돼지등갈비강정
싱긋언니
2023. 1. 14. 07:38

오늘의 메뉴는 단짠의 매력으로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돼지등갈비 요리를 준비했다.
이렇게 쉬운 줄 알았으면 진작 해볼 것을 그랬다고.
해보고 나서야 왜 그동안 안 해봤는지 후회를 했을 정도였다.
근데.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가 있을까?
내가 쓰고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조금 낄낄 거렸다. 왜 낄낄거리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혼자 낄낄거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다행이니 한 번 더 낄낄거리자.
끅끅 거려도 된다. 나는 웃을 때 가끔 끅끅 대니까.
40년 넘게 살아보니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지 말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라면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던 편인데 그게 그들한테는 매우 피곤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는 강력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라고 여기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땠을지 모르니까.
이런 게 있대 어때? 하는 정도의 권유에서 그치는 편이 더 어른스러운 조언의 방식일 테지.
자고로 고기는 뼈에 붙은 고기가 맛이 있는 법.
아. 오해 마시길.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어렸을 때부터 들은 말이다.
세뇌인지 교육인지 아빠의 말버릇인지 내가 어릴 때 고기나 생선을 드실 때마다 같은 말을 하셨다. 고기 살점은 언니와 나한테 발라주고 아빠가 뼈에 붙은 걸 드시면서 했던 말씀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마음이 녹아있는 말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나는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먹는 걸 좋아하는 용감하고도 우악스러운 여자엄마가 되었다. 고기 좀 시원하게 물어뜯으면 스트레스도 해소될 테니 앞으로는 이 등갈비강정이나 자주 해서 내 스트레스도 풀어야겠다. 어차피 어른들이 먹을 고기요리니까. 요즘 첫째 어쩌다 아드님은 고기를 잘 안 먹어서 돼지등갈비 접시에 반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요리를 하면 어른들이 신나게 먹을 수 있다.
돼지등갈비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이 있기는 하다. 요새는 구하기가 쉽지만 몇 년 전까지는 사기 어려운 부위였으니까. 그래서일까 갈비를 메뉴로 준비하면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날의 느낌이다. 그래도 구하기 쉬운 부위니까 좋은 등갈비를 구해서 만들어보자. 나는 요즈음 이마트 새벽배송이나 오아시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두 사이트에 가면 돼지등갈비를 주문하고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항생제 돼지고기가 좋겠다. 얼마 전 한참 김장철이었을 때 어디선가 본 사진 한 장이 너무 충격 그 자체였달까. 김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했는데 항생제 주사와 관련 있는 고름부위였다더라 하는 설명이 담긴 그 사진을 본 내 눈은 동공지진 그것도 대지진을 일으켰다. 뇌리에 박힌다는 표현이 딱 알맞은 상황. 그러니 우리 되도록이면 무항생제 돼지고기로 준비하자. 오아시스에서는 무항생제 돼지등갈비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등갈비강정
돼지등갈비 1kg, 흑설탕, 진간장, 물엿(올리고당) 각각 70cc, 참기름, 좋아하는 어린잎 채소, 청고추, 홍고추
1. 돼지갈비는 찬물에 한 시간-두 시간 담아 피를 뺀다
2. 7중 통스텐 암웨이퀸 웍 혹은 대후라이팬에 갈비를 물 없이 올리고 중불로 익힌다 (인덕션일 경우 5단)
3. 수봉 현상이 일어나면 기름과 물을 버린다.
4. 준비된 소스를 넣고 약불(3단-4단)에 40분 익힌 다음 10단 센 불로 올려서 졸여가며 양념이 베이도록 한다
5. 불을 끄고 어슷 썬 고추를 넣어 조리도구의 잔열로 매콤한 맛을 더하고 참기름 향을 입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