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긋 = grin = 활짝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원조 단짠 간식 - 약밥 본문
단짠의 원조 매력이 이런 걸까. 간장과 흑설탕의 단짠맛에 쫀득한 찰기와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까지. 약밥 또는 약식.
우리 집에서는 약식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약밥으로 더 많이들 부르는 것 같다.
결혼 전 어린 날의 설날, 구정을 맞이하면 모두 모여서 김치만두를 어마어마하게 빚고 떡만둣국으로 끓여 먹었는데 시집을 잘 온 탓에 명절음식을 하지 않고 있다. (진짜로 시집 잘 가서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시기를)
명절 음식에도 노동총량의 법칙이 있는 걸까. 친할머니가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게 살아계시던 시절에는 엄마랑 같이 하루 종일 녹두전 부치고 동태전 부치고 기름 냄새 절어 지내던 명절이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던 때에는 만두만 하루 종일 빚은 것 같다. 우리 아빠가 만두피와 국수면 뽑는 기계도 좋은 걸로 장만해 놔서 모두 큰 방에 둘러앉아서 반죽하고 만두피까지 만들어서 만두를 몇 백개는 빚었으니 뭐. 그러고 중학생 때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차례상에 올릴 전 부치고 만두까지 만들었다. 진짜로 하루 종일 음식하고 기름 냄새 나서 저녁에 목욕탕에 가서 씻어야 시원했으니까.
그러다가 삼십 넘어서 큰아들하고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명절음식 안 당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론 결혼 초기에는 차례와 제사 지내는 시작은아버님댁으로 가서 음식도 하고 상에 절도 올리고 했는데 삼사 년 만에 어른들의 사정으로 정리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른들 찾아뵙고 음식 나누며 좋은 이야기 듣게 해주고 싶은데 다녀오고 나면 무언가 찜찜한 그것. 며느리들 혹은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찜찜함을 잘 알겠지.
그렇게 스트레스 좀 받으면 달달한 게 땡기지않나. 오늘 다시 읽게 된 밀가루의 중독성을 생각하니 이제부터 다시 밀가루 간식을 멀리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난 약밥. 찹쌀하고 약간의 견과류, 흑설탕, 간장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약밥이다. 밥 대신 먹어도 되니까 밥상 차리기 귀찮을 때 써먹어도 좋다.
약밥에 대해 찾아보니 어릴 때 읽었던 신라의 옛이야기 사금갑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한다.
신라 삼국유사 사금갑조
제21대 비처왕(毗處王) 【또는 소지왕(炤智王)이라고도 한다】 즉위 10년 무진(戊辰, 488)에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하였는데, 이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다. 쥐가 사람의 말을 하며 이르기를,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찾아가 보십시오.”라고 하였다 【혹은 신덕왕(神德王)이 흥륜사(興輪寺)에서 향을 피우고자 하였는데, (가는) 길에 여러 마리의 쥐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돌아와 점을 치니 다음 날 먼저 우는 까마귀를 찾으라고 하였다고 하는데, 이 설은 맞지 않다】.
왕이 말을 탄 무사에게 까마귀를 쫓도록 명하였다. 그 무사가 남쪽 피촌(避村) 【지금의 양피사촌(壤避寺村)으로, 남산(南山)의 동쪽 기슭에 있다】 에 이르니, 돼지 2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어 이를 한참 동안 보다가 문득 까마귀가 간 곳을 잊어버려 길가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때 늙은이가 연못 속에서 나와 글을 바쳤는데 겉면에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열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만 죽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무사가 돌아와 이것을 바치니 왕이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열어 보지 않고 단지 한 사람만 죽는 것이 낫다.”라고 하였다. 일관(日官)이 “두 사람은 서민이고 한 사람은 왕입니다.”라고 아뢰었다. 왕이 그러하다고 여겨 열어 보니 글에 이르기를, ‘거문고 상자를 활로 쏴라’라고 하였다. 왕이 궁궐에 들어가 거문고 상자를 보고 (활을) 쏘니, (거기에서는) 곧 내전(内殿)의 분수승(焚修僧) 과 궁주(宫主)가 몰래 간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죽임을 당하였다.
이후 나라의 풍습에 해마다 정월 상해일(上亥日)⋅상자일(上子日)⋅상오일(上午日)에는 모든 일을 조심하고 감히 움직이지 않았다. (정월) 15일을 오기일(烏忌日)로 삼아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는데 지금까지 이를 행한다. 향언(鄕言)으로 이것을 달도(怛忉)라고 하니, 슬퍼하고 조심하며 모든 일을 금하고 꺼려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연못을 서출지(書出池)라고 부른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약밥
찹쌀 2컵, 고명 (밤, 대추, 잣 등 좋아하는 것들로) 2컵, 참기름 1큰술
물 2컵, 간장 2큰술, 흑설탕 2/3컵, 소금 한 꼬집, 계핏가루 1작은술(생략 가능), 참기름 1큰술
1. 찹쌀을 2시간 이상 불려 준비한다.
2. 7중 통스텐 중형 프라이팬에 담고 그 위에 고명을 올리고 준비한 소스재료를 충분히 저어 섞는다.
3. 뚜껑을 덮고 암웨이 퀸 인덕션 7단으로 5분 가열하여 수봉현상이 생기면 3번으로 20분 가열하고 3분 뜸 들인 후 참기름 넣어 마무리
계핏가루를 넣으면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서 좋지만 향에 민감한 아이를 키운다면 빼도 좋겠다.
대추는 위를 따뜻하게 하는 식재료니까 아이 음식에 자주 활용하면 위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견과류는 소화가 힘든 재료이므로 너무 많이 넣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걸로 두 가지 정도만 넣어보자.
냄비밥을 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흑설탕과 간장이 잘 타기 때문에 중강불로 익히다가 밥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오래 익히면 된다.
요새 능력 좋은 전기밥솥이 많으니 밥솥에 맘 편히 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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