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긋 = grin = 활짝
푸릇한 봄기운 가득 시금치잡채 본문
2023년은 2월 4일 오전 11시경부터 입춘. 봄이 시작되었다. 절기매직이라는 단어에 딱 맞게 입춘날 즈음이 되니 언 땅이 녹고 물기가 촉촉한 날씨. 더불어서 2월 5일은 내 생일. 추운 날씨에는 현관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아줌마가 입춘이 되니 주말 내내 외출이다. 토요일에는 오래전 미리 예약해 둔 둘째의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고 일요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 용기를 내보았다. 미역국 곁들인 생일밥상 차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올 해는 좀 더 보람차게 보낸 기분. 이제 먹고만 사는 수준에서 벗어난 걸지도 모르겠다. 배가 고파도 성취감이 먼저일 수 있는 여유랄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배가 고프면 성질내던 날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자들이 배가 고프면 포악하다는 형용사까지 들먹일 정도로 여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게 다 간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배웠다. 알고 나면 이해하게 되고 너그러워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간을 챙기길 십여 년. 이제는 배가 고파도 그러려니 하고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는 매우 장점이다. 아이들 챙기다 보면 내가 밥을 제대로 잘 챙겨 먹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배고픈 상태가 수시로 찾아오는데 마침 또 하필 그럴 때 아들이 속을 뒤집는다. 그러할지라도 꾸준히 간 건강을 챙겨서 여유가 생긴 엄마는 파르르 부들부들 포악하다거나 괴물 같다는 수식어까지는 듣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간 건강을 잘 챙겨야지.
간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서설이 길었다. 이건 다 시금치를 위한 빌드업.
시금치. 겨울부터 봄까지 초록색 기운 가득한 땅에 사는 식물이다. 초록색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봄철 채소 대장이다. 겨울부터 식탁에 자주 올릴 수 있는 채소이며 간에 기운을 준다. 남쪽 끝 남해 시금치, 포항초, 섬초 다양하기도 하다. 단 맛이 강한 섬초, 포항초는 땅바닥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납작하고 줄기가 굵은 편이다. 이런 단 맛이 강한 시금치는 무침에 좋다고 한다. 된장찌개에는 단 맛이 없는 시금치가 제격이라고 하지만 아무려면 어때. 시금치는 다 맛있다.
오늘의 시금치잡채에는 취향껏 골라서 넣으시면 된다.
시금치잡채
재료 - 당면 200g, 표고버섯 100g, 목이버섯 5g, 느타리버섯 200g, 취향의 고기 300g, 당근 반 개, 양파 1개, 시금치 1/2단
양념 - 간장 5큰술, 설탕 3큰술, 청주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물 3큰술, 소금, 후추, 참기름, 깨소금 생략가능)
당면은 2-30분 물에 불려서 휘어지도록 만들어 물을 따라 버리고 후추, 소금, 참기름 반 작은 술을 넣어 밑간 한다
당근, 양파 등은 채 썰고 버섯은 기다란 느낌이 나도록 손질해 준다
1. 5중 혹은 7중 대형프라이팬이나 웍에서 고기를 인덕션 10단으로 소금 후추 조금 넣고 살짝 볶는다
2. 인덕션 불을 멈추고 볶아진 고기 위에 양파-당근-당면-버섯 순서로 얹고 양념을 섞어 끼얹는다.
3. 인덕션 5단(중불)에서 15분간 뚜껑 덮고 가열. 상태를 보아 양파와 당근이 맛있게 익었으면
4. 전체적으로 한 번 섞은 후 시금치를 얹어 뚜껑 덮고 5단 중불에서 1~2분 더 가열하고 불을 끈다.
5. 시금치가 살아있어 보이겠지만 재료들과 섞이면서 숨이 죽는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한다.
해풍 맞은 남해초, 섬초를 쓰신다면 마지막에 2분 정도. 가느다란 시금치를 쓰신다면 1분 가열을 추천합니다.
유기농 당면이라든가 수라당면 비싼 것도 써보았지만 오뚜기 노란 봉투 당면으로 했을 때가 제일 입맛에 맞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의 익숙함이란 게 새삼 무섭고요. 오뚜기가 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스불이든 인덕션이든 바닥에 놓인 양파가 타지 않도록 중불로 조절해주세요.
봄이라서 시금치로 마무리를 했지만 부추, 피망, 애호박 등등 초록색 나는 채소는 무엇이든 잘 어울려요. 저는 고기 없을 때는 어묵으로도 해 먹어요. 쉬운 방법으로 맛있는 잡채 많이 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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