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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 grin = 활짝
단짠의 원조 매력이 이런 걸까. 간장과 흑설탕의 단짠맛에 쫀득한 찰기와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까지. 약밥 또는 약식. 우리 집에서는 약식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약밥으로 더 많이들 부르는 것 같다. 결혼 전 어린 날의 설날, 구정을 맞이하면 모두 모여서 김치만두를 어마어마하게 빚고 떡만둣국으로 끓여 먹었는데 시집을 잘 온 탓에 명절음식을 하지 않고 있다. (진짜로 시집 잘 가서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시기를) 명절 음식에도 노동총량의 법칙이 있는 걸까. 친할머니가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게 살아계시던 시절에는 엄마랑 같이 하루 종일 녹두전 부치고 동태전 부치고 기름 냄새 절어 지내던 명절이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던 때에는 만두만 하루 종일 빚은 것 같다. 우리 아빠가 만두피와 국수면 뽑는 기계도 좋은 걸로..
아이가 기억하는 어떠한 장면은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홈베이킹을 배울 때 우리 선생님께서 엄마가 빵을 구워주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실제로는 더 가슴에 와닿는 따뜻한 문장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아이 낳으면서 뇌도 낳는다고 하는 항간의 말이 딱 이럴 때 들어맞는다. 어쨌든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매우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어린 시절 엄마가 밥 해준 건 평범한 기억에 머무르지만 찐빵을 만들어주고 호떡을 구워주던 기억만큼은 몇 장면 안 되더라도 조금 더 특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주는 일상은 좀 더 몽실몽실한 기억으로 저장되는 듯하다. 홈베이킹을 배운 덕분으로 어쩌다 첫째를 낳고 참 쉽게 이것저것 만들어 먹여보며 키웠다. 그러다가 열심히..
오늘의 메뉴는 단짠의 매력으로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돼지등갈비 요리를 준비했다. 이렇게 쉬운 줄 알았으면 진작 해볼 것을 그랬다고. 해보고 나서야 왜 그동안 안 해봤는지 후회를 했을 정도였다. 근데.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가 있을까? 내가 쓰고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조금 낄낄 거렸다. 왜 낄낄거리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혼자 낄낄거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다행이니 한 번 더 낄낄거리자. 끅끅 거려도 된다. 나는 웃을 때 가끔 끅끅 대니까. 40년 넘게 살아보니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지 말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라면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던 편인데 그게 그들한테는 매우 피곤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
12월은 12월이라 주예수그리스도 성모마리아의 아드님 탄생일이 있고 시어머니아들의 탄생일도 있다. 그리하여 몸도 마음도 바쁜 12월 마지막주이다. 작년의 시어머니아들 생일상에는 임신 중의 몸으로 미역국과 소고기잡채를 해서 차려주었는데 선물과 카드가 없다고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아끼던 목초육 소고기 넣고 해준 잡채였는데 선물과 카드에 밀리다니. 평소엔 돼지고기 넣은 잡채를 만드는데 귀한 음식인 줄도 몰라주는 남자. 디테일 꽉 채워 있어야 하는 너란 남자. 내가 사람 참 몰라본 죄로구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그래서 2022년 생일은 나의 얇은 주머니이지만 프랑스에서 날아오는 생일선물-마리아쥬프레르-도 준비하고 연어빠삐요뜨라는 요리도 준비해 보았다. 했던 음식 또 해주면 뻔..
나 혼자였다면 절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겨울날이다. 첫째를 학교로 내보내며 확인한 바깥은 눈이 제법 쌓여있다. 기온은 영상과 영하를 오가는 날이라 많이 춥지는 않은 날이다. 다만 내리는 눈이 녹는 게 반 쌓이는 게 반인 것 같아 길이 미끄러울게 분명하다. 그러니 나 혼자였다면 절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급하게 끼워 신은 신발까지 선택 실수여서 미끄럽다. 아 이런 흉한 걸음걸이라니. 조심조심 엉거주춤 어기적어기적이다. 아파트 1층에서 거리로 나오니까 하얀 눈으로 덮여 밝아진 세상이 예쁘긴 하다. 그 예쁜 주변을 찬찬히 미소 지으며 셀카라도 남기면 좋으련만 셀카 아닌 애기 유아차 사진이나 찍는 엄마. 눈으로 하얘진 주변을 감상한다기보단 눈 배경의 애기가 더 이쁘고 좋은 고슴도치 엄마이다. 마침..
Happy New Year 아티스트 ABBA 앨범 Super Trouper 발매일 1970.01.01 https://youtu.be/3Uo0JAUWijM Happy New Year ABBA No more champagne And the fireworks are through Here we are, me and you Feeling lost and feeling blue 샴페인도 떨어지고 불꽃놀이도 끝났어요 당신과 나, 이렇게 여기에 우울하게 길을 헤매고 있어요 It's the end of the party And the morning seems so grey So unlike yesterday Now's the time for us to say 파티는 끝나고 아침은 너무도 쓸쓸해요 어..
고장 난 엄지손가락이더라도 글은 써야지. 11월부터 아프기 시작한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1월이 되도록 나아지지를 않는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일을 했던가 깨닫는 매일매일이다. 방아쇠증후군에 걸린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은 물건을 잡을 때마다 통증이 있다는 뜻이다. 손톱깎이는 이용조차 못 할 만큼 아프고 병뚜껑을 열기도 힘들고 설거지 할 때 특히 숟가락이나 포크류를 닦을 때 아프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형태에도 변형이 와서 관절이 굽어진 채로 영영 굳어버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치료는 뒷전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글쓰기 외의 것들은 다 뒷전이 되어버렸다. 내가 무려 삼수 끝에 붙은 브런치 작가라서 더더욱 열성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싶은 건 브런치..
'가능하면 짧고, 완전한 문장으로, 자신 있게 말하라!' 한승주 고려대 정외과 교수(62세·전 외무부 장관)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영어 칼럼을 10년간 연재한 ‘고급 영어’의 달인이다. 한 교수의 글은 문장 전개가 조리 있고 간결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신문·잡지에 실린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따라 써 본 덕이다.한 교수가 고등학교 다닐 때 두 달간 미국으로 연수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 대표로 선발됐을 만큼 영어가 수준급이었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식당에서 주문도 잘 못해 쩔쩔매야 했다. 그 충격으로 영어 공부에 더 열심히 매진했고, 대학생 때는 국제방송국 영어방송 기자로 활약했다. 그 때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마감 전에 빨리 쓰는 훈련을 많이 해서, 훗날 유학을 가서도 ‘쓰는 과제’만큼은 식..